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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2015.03.23 / 광주일보 / ‘까칠’ 청자부녀, 티격태격 예술동행 강진 청자명인 1호 김경진·딸 보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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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4-10 13:51 조회4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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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 청자부녀, 티격태격 예술동행
[동행] ⑨ 강진 청자명인 1호 김경진·딸 보미씨
2015년 03월 23일(월)
도자기를 만드는 일처럼 자연의 힘을 많이 빌리는 예술 장르도 드물다. 예술가의 열정과 집념도 중요하지만 흙, 물, 불이 조화를 이뤄야 완벽한 빛과 곡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도자기다. 모든 정성을 다 쏟은 뒤 자기의 곡선이 흐트러지지 않고, 고은 빛을 띨 수 있도록 가마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는 없다. 수 십 년 흙을 만져온 장인도 티끌만한 흠이라도 발견되면 가마에서 막 나온 작품에 서슴없이 망치질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제자를 가르치는 과정도 더욱 혹독할 수밖에 없다.

전남 무형문화재 청자기능 보유자이자 강진청자 명인 1호 김경진(55) 작가와 딸 보미(26)씨의 관계도 그러하다. 다정한 부녀이지만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만큼은 ‘까칠하다’. 이 때문에 부녀가 청자를 빚으며 티격태격 ‘예술 동행’을 하고 있는 강진군 대구면 탐진청자의 공방은 불이 들어간 가마 보다 뜨겁다.

보미씨는 김 작가가 곱게 빚어 세상에 내놓은 딸이지만 함께 작업을 할 때, 김 작가는 무서운 스승이 된다. 30년 넘게 흙을 연구하고 비색 청자를 빚고 있는 김 작가는 실패의 과정을 너무 잘 알기에 보미씨의 시행착오가 달갑지 않다. 지난 2010년 보미씨가 커피 원두를 갈고, 내릴 수 있는 ‘청자 커피 핸드드립 세트’를 만든다고 했을 때 김 작가의 마음이 그랬다.

보미씨는 커피 그라인더가 담긴 청자와 핸드드립을 할 수 있는 자기를 만드는 독창적인 작업을 하고 싶었다. 여기에 자개와 옻칠이라는 전통적인 요소를 새롭게 접목해 보려 했지만 아빠의 반응은 냉랭했다.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 이유였다.

작품을 완성한 보미씨는 오랜 시간 직접 이 청자 커피 핸드드립 세트를 사용해보면서 기능적으로 부족한 면을 채워나갔고, 지난 2011년 대한민국 청자공모전에서 특상을 받았다. 또 대한민국 청자공모전 디자인 부문 최우수상(2013년), 대한민국 공예품대전 금상(2014년) 등을 수상했다.

청자 작업을 통해 공예의 무한한 변화 가능성을 경험한 보미씨는 전남대 대학원에 진학해 공예 분야에 대한 공부도 시작했다.

딸의 새로운 시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던 아빠의 마음도 풀리기 시작했다. 평생 전통적인 기법에 골몰했던 김 작가의 작품은 중국 국가주석인 시진핑이 소장할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지만 딸의 작업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딸이 전통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작업을 하는 것을 보며 많이 걱정했어요. 하지만 사람들이 딸의 작품을 좋아하는 것을 보며, 강진 청자도 현대인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됐어요.”

그가 처음 작업을 시작할 1980년대에는 판로도 마땅찮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어서 작업이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고집스럽게 흙과 선조의 도예기법을 연구하면서 작품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런 고단한 과정을 너무도 잘 알기에 한 때 딸에게 전통의 방법을 고집했던 것이다.

보미씨 또한 아빠의 이런 고집이 싫은 것만은 아니다. 보미씨에게 아빠는 가장 혹독하게 단련된 강철로 만들어져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나침반 같은 존재다.

“아빠의 작업을 거들면서 청자의 매력에 빠졌어요. 아빠는 저에게 가장 소중한 스승이죠. 최근 여러 작업을 통해 전통에 트렌드를 접목하면 청자가 더 많이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고,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강진 청자를 만들어 세계에 알리고 싶어요.”

딸의 혁신적인 실험은 아빠에게도 큰 자극이다.

“다양한 금속과 옻칠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딸의 작업을 보며 전통을 고집하는 작가들도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걸 느껴요.”

/오광록기자 kroh@kwangju.co.kr

/강진=남철희기자 ch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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