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에 계시는 아버지. 이 불효자식은 이제야 아버지에게 편지를 드립니다. 해마다 이때가 오면 아버지가 몹시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이제 며 칠만 지나면 아버지 생신날입니다. 철없는 그 시절에는 아버지란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정말 몰랐습니다.
그동안 혼자서 많이 적적 하셨죠? 아버지를 혼자 그 삭막한 땅에 묻고 한 번도 아버지 산소를 찾아뵙지도 못하고 떠나온 이 딸을 용서 하세요. 아버지 영전에 술 한 잔 부어드리지 못하고 이날까지 살아오며 때 없이 흘리게 되는 눈물이 한으로 맺힙니다. 아버지. 자신을 죄책하며 늦게나마 아버지에게 큰절을 드립니다.
아버지! 하늘에 계시는 아버지! 이 딸이 보이시나요? 아버지 속을 그리 태우던 이 불효자식 이자야 아버지에게 큰절 드립니다. 무서운 굶주림에 더 이상 살 길 안보여 자식들 위해 탈북의 길을 나섰다 국경경비대에 잡혀 모진 구타에 피멍들고, 국경경비대 군인들의 악행을 받으며 추운 겨울 얼음판에 밤새 서 있다가 발에 동상을 입고 두 다리를 자르고 끝내 병상에 누우신 아버지!
아버지에게 삼륜차 (휠체어)하나 사드리고 싶었어요. 삼륜차 (휠체어)에 앉으셔서 가고 싶으신 곳 다 다니시며 남은여생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못해드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고향을 떠날 때 불편하신 몸으로 자리에 누워계시는 아버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못해드린 이 딸을 용서해 주세요. 고향을 떠나 이역 땅에서 돌아가신 아버지 소식을 들었을 때 가고 싶은 맘 간절했지만 갈수 없는 저 자신을 한없이 원망 하며 가슴을 치고 또 치며 울었습니다.
철없을 땐 아버지의 가르침이 잔소리로 들려 짜증도 내였지만, 지금 와서는 그 잔소리가 무척 그립습니다. 길거리를 걸을 때마다 아빠 손잡고 다니는 아이들 보면 어릴 때 아버지하고 같이 손잡고 하천 뚝 을 오가던 기억이 떠오르곤 합니다.
아버지. 오늘도 아버지 그리움을 안고 이 편지를 쓰면서 울고 또 웁니다.
추운 겨울이 다가 오니 아버지 생각이 더 간절합니다.
춥지 않는지, 자리는 불편하지 않는지, 죄스러운 이맘 시간이 갈수록 더욱 더 괴롭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하고 남 달리 애정이 깊으시고, 자식들을 너무나 사랑해, 항상 사려 깊기만 하시던 아버지!
한평생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홀로 고향에 남기시고 떠나신 아버지! 세상을 등졌다고 슬퍼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낮이나 밤이나 어머니 생각에, 그리고 아버지 그리움에 젖어 목 놓아 울고 싶은 마음, 참고 또 참으며 이겨내고 있습니다. 알 수 없는 운명 앞에 서서 나 항상 아버지를 그리워 할 때면 아버지의 큰 사랑에 자식 된 도리를 못 다한 죄책감으로 마음이 아픕니다.
아버지! 하늘에 계시는 아버지!
굶주림에 시달려 이리저리 방황하던 이 딸은 지금 우리가 늘 자본주의 나라, 사람 못살 나라라고 교육받던 남조선에서 자유롭게 저 꿈을 다 꽃피우며 살고 있습니다. 철없어 아버지에게 다 못한 자식 된 효성을 어머니에게 대신 바치겠습니다.
아버지 이제는 더 걱정 마세요. 우리민족이 통일되는 그날 아버지의 산소를 찾아가 큰 소리로 아버지를 불러보고 싶어요. 그 날까지 안심하시고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시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저 하늘 구름에 이 마음을 실어 보냅니다.
그날 까지 이 딸도 열심히 잘 살게요.
열심히 뛰고 또 뛰어 돈 많이 벌어서 꼭 고향에 있는 어머님과 동생을 모셔올게요. 자유롭고 평화로운 이 땅에서 어머니의 남은 인생 늦게나마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또한 동생도 북한에서 못 다녔던 대학을 다닐 수 있도록 할게요. 아버지 이날을 꼭 지켜봐 주세요. 그 리고... 그날 꼭 우리하고 같이 기뻐해 주세요.
지금 것 한 번도 하지 못했던 말 늦게나마 아버지에게 하고 싶습니다. 세상에 저를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가 제 아버지여서 자랑스럽습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아버지 생신을 맞으며 불효한 딸 올림-
탈북자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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